사랑하던 사람의 냄새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인생에는 간직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걸
- 실내인간, 이석원
어릴 적 직장에 나간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의 샴푸냄새가 나던 베개에 코를 묻고 외로움에 한참을 울었던 내가 있었다.
스페인에서 순례길을 걸으며 한달간 들고 다닌 쥴리크 장미향 멀티밤의 냄새를 다시 맡으면서 그 길에서 느꼈던 것들과 그 사람들을 생각하곤 했던 스물 넷의 나도 있었다.
누구든 고유의 체취가 있어서, 그 체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랑에 빠질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처음 사랑했던 사람이 자주 쓰던 향수를 알아내어 기어코 사서 그리울 때마다 뿌려보곤 하기도 하였을 정도로,
간직할 수 없다는 것, 향기는 남지만 그 순간과 그 사람은 그리고 그 때의 나는 더 이상 없다는 것,
그 향기에 그 추억에 남아 있다가는 슬픔만이 남을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누군가의 냄새를 잃고 싶지 않아 자꾸 맡아보다가 행여나 그 냄새가 사라질까 크게 들이마시지도 못하며 그리움을 달래는 내가 있다.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것이 집착이 아닐까 속이 쓰리다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말자, 결국 나는 어떻게든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만 갖고 가자.
의식의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