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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흐름

내가 놓은 것들





게으른 일요일 아침 김치전을 바싹 구워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휑한 거실의 티비 앞에서 꽃무늬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워 함께 먹는 것

흰머리가 늘어나면 새치염색을 하다 검은 물이 들 손톱들

포갠 채로 서로 뒹굴거리다, 추운 겨울이면 가까운 목욕탕에 손잡고 갔다가는, 

오는 길에 계란빵을 사와 먹으며 추위에 입김을 불며 한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걷는 것

 


산나물을 캐서 자식들을 기르셨다는 가난한 할머니를 만나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의 날들을 손잡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만나 다행이라며 기쁘게 웃는 것

다가올 이별들에 함께 슬퍼해주고 위로해 주고 의지해 주는 것


월급날이 되면 제철음식을 골라 술 한잔 기울이며 함께 행복해 하는 것

서로를 닮은 아이들과 산책을 하고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하진 않게, 빠듯하더라도 만족하며 사는 것

아무 것도 기대할 것 없는 세상이라도 손잡은 사람만 보고 견뎌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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